나른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매. 그 아래에서 타오르는 눈동자 또한 금빛이었다. 알폰스는 넋을 잃고 제 눈앞에 선 이를 올려다보았다. 꼴사납게 엎어졌다는 사실도, 예의 없게 입을 헤 벌리고 있다는 것도 알폰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아름다운 남자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지더니 그의 하얀 발이 알폰스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걷어차인다! 그렇게 생각하며 알폰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딸랑.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 전체를 관통하는 듯한 강렬한 충격과 함께 알폰스의 모자가 휙 날아가더니 텅, 텅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모자만을 정확히 차낸 남자는 다시 발을 내렸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알폰스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훅 들여다보았다. 아까 전의 거리가 훨씬 나았다. 알폰스는 거의 기절할 것처럼 벌벌 떨었다. 지극히 ..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건 현대인의 고질적인 병증이지만, 에드워드 엘릭의 오랜 습관이기도 했다. 수업을 들을 때나 밥을 먹을 때, 심지어는 기숙사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 전까지도 에드워드는 줄곧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올해로 3학년, 이제 성적에도 적당히 신경을 써야 졸업 전에 어떤 학점을 지울지 선택하기 편한 때. 과 수석을 도맡아 하는 에드워드와는 1학년 때부터 절친이자 이번 학기 룸메이트이기도 한 린 야오는 에드워드의 스마트폰 온리 라이프에 깊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맨날 누구랑 그렇게 연락을 해?" 린은 물었다. 학식이었고, 사람은 바글바글했다. 이 좁디좁은 학생 식당에서는 빨리 먹고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당연한 미덕이거늘. 오른손에는 숟가락을, 왼손에는 휴대폰을 든 채 열심히 입으..
"에드워드 씨, 이리 와요." 여유롭게 바닷바람을 맞으며 빨대를 쭉쭉 빨아들이던 에드워드는 선글라스를 추어올렸다. 작열하는 눈부신 태양 아래, 하나의 레몬처럼 상큼한 것이 자신을 부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귀여운 것. 야자수 그늘에 튜브를 깔고 누워 다리를 꼬고 있던 에드워드는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에드워드는 올여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하와이에 불쑥 꽂혀버렸다. 하와이, 하와이! 이유도 없이 연신 하와이를 연호하던 에드워드는 2주 전, 아예 여행 잡지를 한가득 안고 귀가했다. 눈부시고 화려한 남국의 정경을 담은 책자를 알폰스의 눈앞에 들이밀며, 에드워드는 모든 예약을 자신이 도맡을 테니 넌 몸만 오라고 당당하게 큰소리를 쳤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에드워드의 강렬한 러브콜도 그렇거니와,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