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형이야?" 알폰스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텅 비어있던 골목 안쪽을 커다란 눈으로 응시했다. 한 걸음, 달빛 아래로 걸어 나온 에드워드는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탐스럽게 땋아 내린 긴 금발. 서늘한 눈매 속에 자리 잡은 황금색 눈동자에는 달빛이 한 줌 고여 있었다. 깜박이면 그대로 별빛 가루가 되어 흘러 떨어질 듯한 그 눈부신 빛을 알폰스는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전신을 돌고 도는 모든 피가 일제히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귀가 아플 정도로 심장이 쿵쿵 뛰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알폰스는 에드워드를 향해 손을 뻗으며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자 에드워드는 알폰스를 피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 같은 강한 충격이 알폰스의 심장을 차갑게 얼렸다. 에드워드가 알폰스를 거부했다. ..
1917년 8월 27일, 센트럴 제17구 골목에서 시체가 한 구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입고 있던 화려한 파티 의상과 근처 쓰레기통에 버려진 지갑을 토대로 추적한 결과, 피해자의 신원은 1916년 11월경 행방불명된 A모 씨로 밝혀졌다. 9개월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의 유품 앞에서 A모 씨의 가족은 오열했다. 실종 당시 A모 씨와 파티에 동행했던 지인 B모 씨는 그 행색이 9개월 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점에 놀라움을 표했으며, 그의 주검을 처음으로 목격하여 헌병대에 신고한 굴뚝 청소부 소년은 그의 모습을 '소름이 끼칠 정도로 평온하게 잠든 사람의 얼굴'이었다고 묘사했다. 6월부터 연속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이 의문스러운 죽음의 행렬에 관하여 센트럴 중앙사령부 소속 로이 머스탱 대령은 오늘 낮..
신은 백일이라는 길고 긴 시간에 걸쳐 그 거룩한 손으로 세계를 구성하였다. 방대한 시간의 씨실과 공간의 날실은 정교하게 짜여 세계라는 이름의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태피스트리를 만들었다. 신은 금빛 찬란하게 빛나는 세계를 '황금 사자의 도시'라 이름 붙였다. 이윽고 어머니 신, 땅에서 솟아난 최초의 인간은 '사자의 아이'라 불리게 되었다. 신은 세계를 보며 만족하였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아들 둘을 내려 어머니 신과 함께 지상을 다스리게 하였다. 지배권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넘겨준 어머니 신은 자신의 거처인 깊고 깊은 땅속에서 잠을 청하였다. 신의 아들들은 지상을 다스렸다. 금으로 빚어진 그들은 강인하였으며, 늙지 않았다. 아직 어리고 부족한 아우를 형은 잘 보살피며 인간을 지배하였다. 그러나 너무도 정교하..
"같이 가, 형!" 등 뒤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겹도록 듣는 그 말을 에드워드는 단 한 번도 싫어한 적이 없었다.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할딱이며 에드워드는 짧은 팔을 휘둘렀다. 조금만 힘을 줘도 저만큼 날아갈 것 같은 자그마한 몸이 금세 휙 반 바퀴를 돌았다. 바짝 뒤따르는 알폰스는 역시나 울상을 짓고 있었다. 트리샤를 닮아 동그란 눈을 보며 에드워드는 활짝 웃었다. "집까지 누가 더 빨리 가나 경주야!" [알에드] 백야白夜전력 주제 : 경쟁 에드워드는 눈을 떴다. 새하얀 천장이 에드워드를 가만히 마주하고 있었다. 뻑뻑하게 마른 두 눈을 억지로 감았다가 뜨며 에드워드는 몸을 뒤척였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리며 크게 하품을 했다. 금세 얼얼해진 턱을 매만지며 에드워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삐꺽...
끼이익! 버스가 눈앞에서 소란스럽게 멈췄다. 에드워드는 귀를 틀어막은 채 버스를 노려보았다. 요란하게 증기를 내뿜으며 열린 버스 뒷문에서는 허리가 굽은 노인 한 사람과 교복을 입은 중학생 한 명이 내렸다. 내릴 사람이 다 내린 버스는 멈췄을 때만큼이나 야단스러운 소음과 함께 출발했다. 떠나가는 버스가 남긴 매연이 정류장에 홀로 남은 에드워드의 숨결을 잔뜩 더럽혔다. 켁. 에드워드는 인상을 썼다. 오늘 에드워드는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상대는 물론 가장 사랑하는 동생 알폰스 엘릭이었다. 센트럴 대학 앞에 있는 카페에서 가볍게 차 한 잔 한 다음 저녁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건만, 알폰스는 연락도 없이 절찬리에 늦는 중이었다. 에드워드는 카페에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밥집으로 곧장 가는 편이었으므로 미련 없이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