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드] Kiss on the beach "야, 알! 빨리 안 오고 뭐 해! 버리고 간다!" "기다려, 형!" 체력이 남아도나, 뭐 저렇게 기운이 쌩쌩해. 알폰스는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훑어내며 빠른 걸음으로 에드워드를 뒤따랐다. 장장 12시간에 걸친 기나긴 비행. 머리를 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냅다 퍼질러 자는 제 형과는 달리 너무나도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 알폰스 엘릭은 전혀 쉬지 못했다. 길고 긴 여행길에 지쳐 어딘가에서 칭얼대는 아이와 이따금 진상을 부리는 아저씨 한두 명. 뒷좌석의 연인들이 몰래 속삭이며 신혼의 단꿈을 꾸는 동안 알폰스는 저 혼자 단잠에 푹 빠진 형을 구경하다 선잠 한두 번 든 게 고작이었다. 착륙 후에야 상쾌한 얼굴로 깨어나 비행기에서 내릴 채비를 하는 에드워드의 ..
형, 나는 형이 날 보호해주길 바라지 않아. [알에드] Home Alone알에드 전력 주제 : 보호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하늘에 잔뜩 드리운 먹구름 사이로는 한 줄기 햇빛조차 들지 않았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는 그리 요란하지 않았다. 침묵이 깊이 가라앉은 방에는 딱 적절했다. 물때가 껴 희뿌연 창문은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 꽉 닫혀 있었다. 마치 군에게 쫓기고, 알 수 없는 집에 숨어든, 형제가 처한 상황을 쏙 빼닮은 극적인 장치와도 같았다. 알폰스는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창문 밖을 응시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을. 이전보다 더 길게 드리운 금빛 머리카락 때문에 좀처럼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집을 불태우고 떠난 그 날의 결의를 닮은 붉은 코트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느라 지저분해진 옷차..
* 이전 연성과 연관 있음 주의...... 바람이 분다. 한여름의 강한 돌풍은 날개를 단 작은 새처럼 가볍게 창문으로 날아들었다. 열일곱, 아직은 앳된 구석이 남아 있는 어느 한 청년의 짧은 머리카락을 스치며, 바람은 어둑한 방안을 한 바퀴 맴돌았다. 알폰스 엘릭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자신의 단 하나뿐인 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깊은 잠에 빠진 남자는 깨어날 줄을 모르고 새근새근, 꿈속을 유영한다. 이따금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거나 눈꺼풀이 움직이면, 알폰스는 남자의 잠든 얼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형, 무슨 꿈을 꾸고 있어? 그 부드러운 속삭임은 입술을 넘어가지 못한다. 깨우지도, 껴안지도 못한 채 그저 달게 잠자는 남자의 머리카락만을 쓰다듬을 뿐이다. 청결한 비누 내음이 짙게 풍기는 하얀 시트 위, 나..
[알에드] Wandering Child 전력 주제 : 그이 셔츠 문 저편의 세계로 건너온 지도 어언 2년. 에드과 알의, 두 사람의 아침은 늘 그랬듯이 분주하다. "알, 머리끈 좀 갖다 줘!" "응, 형." "알, 셔츠!" "응." "알!" "알았어, 정말!" 그리고 에드워드는 늘 그렇듯이 알폰스를 부려먹는 데에 여념이 없다. 기다란 금발을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채, 오토메일에 진 얼룩을 닦으면서. 요리하랴, 옷 갈아입으랴, 가엾게도 에드가 요청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챙기느라 바쁜 알폰스 엘릭은 몸이 백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형은 어리광쟁이야. 나이가 들어도 변하는 게 없다니까. 에드에게 셔츠를 건네주며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내심 기뻐서 히죽거리는 입가를 손끝으로 눌러 내릴 때였다. "알, 너 키 ..
* 샴발라 이후 날조. "형. 이거 한 번 입어 볼래?" 알이 내민 것을 에드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눈에 익을 대로 익은 붉은 코트였다. 3년을 보지 못한, 3년을 입었던. 에드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코트 끝에 닿지도 못하고 움츠린 손가락 끝을 다시 천천히 뻗었다. 알은 가만히 코트를 들고 서 있었다. 에드는 고개를 들었다. 알은 건네준 것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눈에 익은 서스펜드를 착용하고서, 알은 생소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에드는 살짝 벌리고 있던 입술을 다물었다. 알의 커다란 눈동자 속에 그렁그렁 맺힌 감정은 곧 쏟아질 듯 가득했다. "안 맞을 텐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 새 건네받아 손에 쥐고 있다. 코트의 부피치고는 제법 두께감이 있다 싶더라니, 코트 안에 검은 제복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