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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렌

[하이에드] Wir machen Urlaub!

정래인 2018. 8. 23. 21:50





  "에드워드 씨, 이리 와요."


  여유롭게 바닷바람을 맞으며 빨대를 쭉쭉 빨아들이던 에드워드는 선글라스를 추어올렸다. 작열하는 눈부신 태양 아래, 하나의 레몬처럼 상큼한 것이 자신을 부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귀여운 것. 야자수 그늘에 튜브를 깔고 누워 다리를 꼬고 있던 에드워드는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에드워드는 올여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하와이에 불쑥 꽂혀버렸다. 하와이, 하와이! 이유도 없이 연신 하와이를 연호하던 에드워드는 2주 전, 아예 여행 잡지를 한가득 안고 귀가했다. 눈부시고 화려한 남국의 정경을 담은 책자를 알폰스의 눈앞에 들이밀며, 에드워드는 모든 예약을 자신이 도맡을 테니 넌 몸만 오라고 당당하게 큰소리를 쳤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에드워드의 강렬한 러브콜도 그렇거니와, 연인과의 여행이라고는 루마니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알폰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약은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에드워드와 신중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알폰스가 힘을 합치니 성수기가 다 무어냐, 하루 만에 아주 그럴듯한 계획표가 완성되었다.


  그래서 지금, 두 사람은 괌에 있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모래사장과 투명한 바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공항에 내리는 순간 거짓말처럼 뚝 그쳐, 그들이 맞이한 바닷가는 꿈에 그리던 바로 그 풍경이었다. 비록 목 놓아 부르짖던 하와이는 아니었지만, 신혼여행으로는 제격이었다.


  "왜 그래? 알폰스."

  "봐요, 저기."


  알폰스가 가리키는 것은 바다였다. 가운데가 살짝 동그랗게 솟은 망망대해를 에드워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하얀 요트가 천천히 수평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바닷물이 너무 투명해서 그 뒤를 따르는 갖가지 물고기와 작은 고래 떼가 선명히 보였다.


  "저게 왜?"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저 먼바다에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신중함이 장점인 알폰스에게도 이따금 그를 상쇄하는 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에드워드의 관점에서 보는 알폰스의 단점은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이란 것이었다. 저도 과학자면서 요트 같은 게 뭐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에드워드는 빨대를 다시 쭉 빨아들였다. 그리고 팍 인상을 구겼다. 혹시 이 녀석, 또 요트를 만들고 싶다고 설치는 건 아니겠지? 에드워드는 필사적인 곁눈질로 알폰스를 살폈다. 알폰스의 두 눈이 불길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맙소사. 에드워드는 황급히 테이크아웃 컵을 집어 던지고 알폰스의 양 볼을 감싸 눈을 마주 보았다.


  "너 그러다 진짜 훅 간다? 알폰스, 너 지난 번에는 드론 만들다가 병원 실려 갔잖아."


  알폰스 하이드리히는 과학자이면서 발명가였고, 자기 몸을 깎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아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랩에서는 '유리 몸 하이드리히'라고 불릴 정도니 볼 장 다 봤다. 첫 만남 계기도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에드워드가 잠시 몸담았던 병원까지 실려온 것이지 않은가. 드론을 만들겠다고 설치다 피를 토하던 1개월 전을 생각하면 에드워드는 자다가도 소름이 돋았다. 


  "그런 게 아니에요, 에드워드 씨."


  알폰스는 웃으며 에드워드의 손을 잡았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헝클어진 레몬 빛 머리카락. 따스하게 내리쬐이는 햇빛에 금세 발갛게 달아오른 피부. 에드워드를 바라보던 알폰스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에드워드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당신과 함께 저 바다로 나가고 싶었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바람이 불어왔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볼이 터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분명 햇볕이 뜨거워서 그럴 것이었다. 알폰스는 그런 에드워드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람에 나부끼는 에드워드의 금발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에드워드 씨와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요."


  야자수가 가득한 눈부신 바닷가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머리카락. 하늘을 비추는 바다색을 닮은 알폰스의 눈동자가 에드워드의 심장을 뛰게 했다. 애정을 담뿍 담은 그의 미소를 바라보며 에드워드는 조금 울고 싶어졌다. 이 잘생김은 확실히 좀 반칙이지 않은가. 에드워드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눈앞에 내민 그의 손 위에 손을 올렸다. 정말로 우리는 여행을 왔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크게 파도가 일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알폰스." 


  에드워드는 달려들어 알폰스를 와락 껴안았다. 말은 필요 없었다. 알폰스의 팔이 자신을 마주 껴안는 걸 느끼며 에드워드는 눈을 감았다.


  파도 소리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

Wir machen Urlaub!

우리는 휴가 간다!


채코님께서 주최해주신 트친오락관 로그입니다~정말 즐거웠어요

전력글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원래 주제파괴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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