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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렌

[알에드] 첫사랑

정래인 2018. 8. 18. 22:02

* 착한 강덕 여러분은 따라 하지 마세요





  연금술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에드워드와 알폰스는 둘만의 규칙을 정했다. 아빠 없이 혼자 가정을 꾸리면서도 곧잘 웃어주는 상냥한 엄마를 위해서. 그 첫 번째, 엄마가 시키는 심부름은 군말 없이 꼬박꼬박하기. 두 번째, 별것도 아닌 걸로 떼쓰지 않기. 세 번째, 서재를 어지럽혔을 때는 꼭 둘이서 치우기. 마지막으로, 그 녀석의 얘기는 절대 꺼내지 말기.




[알에드] 첫사랑

전력 주제 : 커플 악세사리




  오늘의 심부름은 넬리네 집에서 채소를 얻어오는 것이었다. 기찻길을 따라 한참 걸어가는 먼 길이었지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여기로 빠지고 저기도 들리느라 무료할 틈이 없는 좋은 산책 시간이기도 했다. 어른 혼자서도 들기 어려울 만큼 잔뜩 쌓아 올린 채소를 한 광주리씩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넬리네 엄마는 에드워드의 머리를 잔뜩 헝클였다. 그 탓에 에드워드는 잔뜩 뿔이 나 있었다.


  "키가 언제 크겠냐니, 진짜 너무하지 않냐?"

  "그래도 형, 덕분에 오늘 저녁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잖아. 감사해야지."

  "흥! 남을 신체적 특징으로 놀리는 건 되먹지 못한 일이란 걸 이제 그만 어른들도 알아야 해!"


  형이 더 자랄 거라 생각하니까 그렇게 놀리는 게 아닐까, 형 귀엽고... 알폰스는 솔직한 감상을 말하고 얻어맞기보다는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다무는 길을 택했다. 양손으로 버겁게 광주리를 끌어안고 있던 알폰스는 문득 반대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으로 에드워드의 옷자락을 꾹 잡아당겼다.


  "형, 저기 좀 봐."


  알폰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에드워드 또한 고개를 돌렸다. 기찻길의 반대편, 비탈 아래 펼쳐진 너른 들판 가득히 토끼풀이 피어 있었다. 앙증맞은 클로버와 하얀 꽃송이가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풍경이 절로 탄성을 자아냈다.


  "예쁘다. 용케도 저런 걸 발견하네. 눈 좋구나, 알."

  "에헤헤."


  에드워드와 알폰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탈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바구니를 한데 가지런히 모아둔 후, 두 사람은 신나게 토끼풀 들판을 뒹굴었다. 향긋하고 알싸한 풀 내음과 콧등을 간지럽히는 꽃송이 감촉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에드워드와 알폰스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엄마는 토끼풀 좋아하실까?"


  알폰스의 눈이 토끼풀을 향했다. 엄마를 닮아 유순한 눈매가 기대로 반짝거리는 걸 에드워드는 웃으며 바라보았다.


  "당연하지. 잔뜩 꺾어가서 엄마한테 선물하자."


  알폰스는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주변에 피어난 꽃을 하나하나 꺾기 시작했다. 아. 꽃은 꺾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치만 엄마는 분명 기뻐해 줄 테니까. 에드워드는 누운 채로 손을 뻗어 근처에 잡히는 꽃을 뚝뚝 꺾었다. 알폰스는 숫제 등을 돌리더니 무언가 열심히 꼬물거리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느적느적 기어 채소가 잔뜩 담긴 바구니 귀퉁이에 토끼풀을 적당히 장식했다. 그리고는 다시 등을 대고 바닥에 누웠다. 여전히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하며 멀리서 들려오는 평화로운 새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여주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알폰스는 손바닥 안에 무언가를 감추며 에드워드를 돌아보았다.


  "형, 이것 좀 봐봐."


  어때? 그렇게 물으며 알폰스는 손에 감춘 것을 들어 올렸다. 짠. 화관이었다. 토끼풀로 정교하게 짜 만든 화관을 에드워드는 감탄 어린 눈으로 관찰했다. 연성 반응도 없었으니 연금술을 쓴 것도 아니고......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알, 대단하다! 어떻게 만든 거야?"

  "잘 만들었지."


  히히 웃으며 알은 볼을 붉혔다. 엄마한테 갖다 드리면 딱 맞겠는 걸, 엄마는 화관을 좋아하니까. 입안에 맴도는 말을 에드워드는 무심결에 삼켰다. 알폰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까이 다가와 에드워드를 내려다보았기 때문이었다. 형 내려다보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한 대 때려주려고 일어날 채비를 하는 에드워드의 머리 위에 무언가 풀썩 얹혔다. 간질거릴 정도로 가벼운 그것을 에드워드는 손을 뻗어 더듬었다. 조금 전 알폰스가 만들었던 토끼풀 화관이었다.


  "형 줄게."


  잘 어울린다, 형. 알이 예쁘게 웃었다. 에드워드는 갑자기 쑥스러워졌다. 어울린다니. 에드워드는 자신의 볼을 긁적였다. 그나저나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등가교환의 법칙상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끓어오르는 연금술사로서의 자존심과 함께 급작스럽게 찾아든 머쓱함을 어떻게든 해결할 방도를 찾기 위해 에드워드는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좋아. 에드워드는 잽싸게 토끼풀 한 쌍을 뜯었다. 꽃송이 아래를 살짝 손톱으로 찢어 낸 구멍에 다른 꽃대를 끼워 엮었다.


  "알, 손 내밀어봐."

  "응?"

  "됐으니까 빨리."


  알폰스가 손을 내밀었다. 에드워드는 알폰스의 토실토실한 손을 잡아 끌어당겨 자신의 앞에 주저앉혔다. 그리고 알폰스의 약지에 꽃을 올리고 줄기를 한 바퀴 감아 고정한 후 단단히 매듭을 묶었다. 


  "형!"


  금세 예쁜 반지로 탈바꿈한 토끼풀을 감동 어린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알폰스는 에드워드를 와락 껴안았다. 어느샌가 자신보다 더 커진 동생을 감싸 안고 에드워드는 작게 웃었다. 여전히 허리께를 간질이는 클로버의 감촉이 간지러웠다. 하늘을 배경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알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 금빛 눈동자에 잘게 흩어진 깊은 애정을 에드워드는 피하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동생의 목을 끌어안고 그 보드라운 볼에 찐하게 입맞춤을 남겼다.


  "우리 더 커서 돈 많이 벌면 진짜 반지로 하나 맞출까?"

  "좋아! 그때는 나도 형한테 예쁜 반지 해줄 거야!"


  약속한 거다! 그렇게 말하고 에드워드는 다시금 동생의 반대편 볼에 쭈압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바구니를 휙 들어 올려 옆구리에 끼고 집을 향해 달렸다. 아! 기다려, 형! 뒤에서 들려오는 뜀박질 소리가 가슴 한구석까지 간지럽혔다. 달릴 때마다 찰랑거리며 볼을 스치는 머리카락의 감촉이 좋았다. 흘러가는 바람이 좋았다. 옆에서 함께 나란히 달리는 새카만 기차를 보며 알폰스와 에드워드는 크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두 사람은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집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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