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샴발라 이후 날조. "형. 이거 한 번 입어 볼래?" 알이 내민 것을 에드는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눈에 익을 대로 익은 붉은 코트였다. 3년을 보지 못한, 3년을 입었던. 에드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코트 끝에 닿지도 못하고 움츠린 손가락 끝을 다시 천천히 뻗었다. 알은 가만히 코트를 들고 서 있었다. 에드는 고개를 들었다. 알은 건네준 것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눈에 익은 서스펜드를 착용하고서, 알은 생소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에드는 살짝 벌리고 있던 입술을 다물었다. 알의 커다란 눈동자 속에 그렁그렁 맺힌 감정은 곧 쏟아질 듯 가득했다. "안 맞을 텐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 새 건네받아 손에 쥐고 있다. 코트의 부피치고는 제법 두께감이 있다 싶더라니, 코트 안에 검은 제복도 함께..
*화재 불길이 되돌아갈 길을 집어삼킨다. 알은 품에 안긴 에드를 재차 추슬렀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바짝 쬐이었다. 뜨거운 혀를 날름이며 불길은 점점 치솟아오른다. 스미는 땀이 손바닥을 적시고, 자꾸만 에드를 미끄러뜨렸다. 옛날처럼, 이 몸이 갑옷이었을 때처럼. 알은 퍼뜩 무언가를 떠올리고 에드의 오토메일에 손을 대었다. 데일 듯 뜨겁다. 그럼에도 점점 더 뜨거워질 뿐이다. 아마 이 열기 때문이겠지. 더 오래 있다간 오토메일이 에드의 신경을 태워버릴 지도 모른다. 윈리가 만든 최고급 오토메일이지만, 신경이 모두 타버린다면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신경을 연결할 때 필요한 장비도 없으니, 더더욱. 알은 에드를 끌어안고 난간을 넘었다. 붙들고 있는 난간의 차가운 금속도 점점 미지근해지고 있..
"에드워드 씨." 알폰스 하이드리히Alfons Heiderich는 제법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16세, 지난여름부터 쑥쑥 자라기 시작한 팔다리가 욱신거리는 시기. 간질간질, 이따금은 오싹해지는 관절은 봄꽃처럼 간지럽다. 흐드러지게 핀 꽃잎이 커튼을 들치고 마루에까지 떨어져 내린다. 그래, 꽃이 문제가 아니지. "에드워드 씨!" "─으음……시끄러워, 알…." 제 눈앞에서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이 남자가 문제인 것이다. 알폰스의 덜 자란 얼굴이 장난기 반, 복잡함 반 절묘히 섞여 일그러졌다. 난 당신의 동생이 아니라구요. 알폰스는 있는 힘껏 이불뭉치의 모서리를 쥐고 하나, 둘, 셋! 세며 힘차게 잡아당겼다. "일어나세요, 에드워드 씨! 해가 중천이라구요!" "아, 정말!" 이불이 하늘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