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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렌

알에드 조각글 + 썰

정래인 2014. 4. 3. 20:38

*화재


  불길이 되돌아갈 길을 집어삼킨다. 알은 품에 안긴 에드를 재차 추슬렀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바짝 쬐이었다. 뜨거운 혀를 날름이며 불길은 점점 치솟아오른다. 스미는 땀이 손바닥을 적시고, 자꾸만 에드를 미끄러뜨렸다. 옛날처럼, 이 몸이 갑옷이었을 때처럼. 알은 퍼뜩 무언가를 떠올리고 에드의 오토메일에 손을 대었다. 

  데일 듯 뜨겁다. 그럼에도 점점 더 뜨거워질 뿐이다. 아마 이 열기 때문이겠지. 더 오래 있다간 오토메일이 에드의 신경을 태워버릴 지도 모른다. 윈리가 만든 최고급 오토메일이지만, 신경이 모두 타버린다면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신경을 연결할 때 필요한 장비도 없으니, 더더욱. 알은 에드를 끌어안고 난간을 넘었다. 붙들고 있는 난간의 차가운 금속도 점점 미지근해지고 있었다.

  머나먼 지상, 아래에 모인 사람들의 무리가 이 불길이 얼마나 거센지를 보이는 반증일 터였다. 베란다 난간을 딛고 선 알을, 그리고 그의 품에 안긴 에드를 보며 사람들은 비명을 지른다. 경찰들이 손을 흔들어 조금만 더 버티라며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적어도. 적어도 그는 무사해야 한다. 에드만큼은. 형이 살아남는다면,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증거가 되겠지.

  눈을 감고 그를 이 품에 끌어안는다.

  기우뚱, 세상이 크게 흔들렸다.


  형, 알고 있어?

  나는 형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어.



-

마지막 한 마디를 쓰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조각글ㅇㅅㅇ..다음에 완성해야지.


호모필터 낀 관점으로 보자면 알이 알폰스Alfons와 같은 전철을 밟을 거라고 매우 진지하게 예상한다. 꼭 호모필터를 안 끼더라도 에드의 알폰스 하이데리히에 대한 죄책감이 어느 정도 이상 크다면 분명 그럴 거다.


최애캐긴 하지만 에드는 알폰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너무한 사람이다. 에드는 알폰스Alfons에게 내내 알Alphonse의 이야기를 했을 거다. 동생이 아닌데 동생으로 보고 무심결에 동생 취급도 제법 했을 것 같다. 특히 샴발라에서 대사를 보면, 저기서 알이 죽어서 살리려면 이쪽으로 와야 했는데 2년 전 알폰스를 만나서..그러니까 여긴 내게 주어진 지옥이며, 꿈이라고 한다. 



맨 처음에 잡지에서 이걸 봤을 때 난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모습이라고 생각을 했다ㅇㅅㅇ..이 사진 우연히 구하고 보니까 그냥 단순히 같이 가던 중에 알폰스를 아련하게 본 것 뿐이었군! 어쨌든 처음 만난 사람이 저런 눈빛으로..내내 자신을 쳐다본다고 생각해보셈..처음 만났을 때부터 같이 연구하고, 생활하고, 동거하고, 심지어 밥 먹을 때까지도 저런 눈빛...나 같으면 진짜 스트레스 만땅 받았을 것 같다. 게다가 하는 말이라곤 전부 나랑 똑 닮은 사람이 지 동생인데 허구한 날 그 동생 이야기랑 허구적인 이야기밖에 안 하는 남동생&연금술 오타쿠임. 게다가 전파계.


그리고 거의 모든 알에드하이 분자가 하는 똑같은 상상이 있다. 일본식 영어발음이 구려서ㅇㅅㅇ`..애니에선 못 보는 설정이지만 Alfons와 Alphonse의 발음을 에드가 제대로 못 하거나 헷갈려서 부르는 거.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기분 진짜 더러울 거다. 내 이름도 제대로 발음 안 해주고 자꾸 동생이랑 겹쳐서 보고, 먹는 건 다른 사람 3배인 주제에 히키니트처럼(외출은 자주 하는 것 같으니까 히키니트는 아닌가 그럼 니트ㅇㅅㅇ) 돈은 안 벌어오고 내가 뼈빠지게 연구한 거 보여주려니까 낮잠이나 잘 거라고 하고 이상한 여자까지 데려와서 군식구 늘리고...하이데리히는 진짜 천사다.


그런 알폰스 하이데리히에게 목표가 있다면 병약한 자기 자신이 세상에 있었단 증거를 남기는 것. 에드까지 집어던지면서(유일하게 알폰스가 화를 내는 장면이었다) 난 해야할 일이 있다고 한 게 에드를 원래 있던 세계로 돌려보내주는 거라니...진짜 부들부들이다. 다 죽어가면서 에드를 보내주었다. 잊지 말라는 말, 에드의 체온.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것은 에드를 태운 로켓. 그리고 살해당했다.


돌아 온 에드는 살해당한 알폰스를 보며 충격을 받는다. 진짜 그것도 오래 안 가고 알이 나타나니까 바로 회복되었ㅡㅅㅡ..지만. 알폰스의 장례식에서 머리를 깎고 나타난 걸 보면 아마 도착하고 바로 자른 것 같은데 그 때 에드가 알을 보면서 다시 죄책감이 들었으면 좋겠다. 당장에는 동생도 돌아왔고 큰 ㅆㅏ움을 하고 왔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머리를 깎은 알을 볼 때마다 알폰스가 떠오를 것 같다. 잊지 말아요, 그 말을 남기고 자신을 보내주었는데, 죽었는데 자신은 이렇게 여기에 돌아왔다. 죄책감 쩔겠지.


에드는 알폰스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증거. 알 역시 마찬가지로, 알폰스가 있었기에 에드는 아메스트리스로 돌아왔고, 그렇기에 알이 이 세상으로 올 수 있었다. 알은 본편 마지막을 달릴 때 즈음엔 자신은 이미 죽었어야 한다고,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등에 지고 있다고 했지만 에드도 만만찮다. 에드는 내내 알폰스의 그림자를 등에 지고 갈 것 같다. 그 사실에 알은 괴로워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이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고 싶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

최악의 형태라도 좋으니까.


내가 매우 좋아하는 시나리오를 담고 알폰스가 죽었다. 알은 내내 알폰스의 그림자에 저항해야 한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죽은 사람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있겠지. 있겠지만 알은 에드의 가족이다. 알폰스와는 비교가 안 되지. 알이 엇나가서 에드가 정신을 차리거나, 아니면 에드의 눈앞에서 알이 죽음을 택하면 되겠지만 말처럼 쉽냐고ㅇㅅㅇ`...


시간이 좀 나서 썰계를 한 바퀴 둘러봤었는데 2~3달 쯤 전에 저런 썰을 풀어놨다. 이름이 같고, 얼굴도 같은 대용품. 내가 그 애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선 내가 그 애의 앞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아이의 가장 깊은 상처로 남고 싶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으니까. 이런 거ㅇㅅㅇ`...난 이런 게 좋은갑다 그러니까 샴발라에 엄청 빠졌지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구강철 정말 좋아하는데 원작이나 신강철 좋아하시는 분들한텐 먼지처럼 가루처럼 까여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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